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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998.01.26. 미팅에서 후배의 살신성인.

포카리안

by pokerian 2022. 7. 1. 00:15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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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998.01.19. 친구들에게 미팅을 시켜주려고 노력하다.

나는 이번 겨울에 A 대학교에서 겨울학기 응응개론 수업을 듣고 있다. 그리고 내게는 미팅을 시켜달라고 한 친구들이 몇 명 있다.

금요일에는 간만에 수업에 들어갔는데 학생이라곤 6명 밖에 없었다. 왜 이렇게 사람이 적은지 몰랐는데 알고 보니 휴강이란다. 간만에 내가 공부 좀 해 보려고 했는데 상황이 협조를 안 해 주는구만.

그래도 먼 곳까지 와서 아무 일도 안 하고 우리 학교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나 하기로 했다. 그리고는 그 강의실 밖으로 나와서 다른 곳으로 걸어가는 한 소저에게 말을 걸었다.

포카: 저, 실례지만...
포카: 혹시 남자 친구 있으세요?
소저: (현상 수배 중인 탈영병 쳐다보는 눈빛으로 멀뚱멀뚱 쳐다 봄)
포카: 저 미팅 안 하실래요?
소저: (황당해하다가 겨우 진정하더니)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런 말 해도 되는 거예요?
포카: 에...에....에..... 에........
소저: .............
포카: 미팅하세요, 친구분들이랑.
소저: 여러 명이서요?
포카: 네! 신년에 친구들한테 좋은 일도 하시고~
소저: 재미있을 것도 같네요.
포카: 그럼요. 제 친구들이 무지 재미있게 해드릴 거예요. 
포카: 저는 삽질과 *3학번이거든요. 몇 학번 이세요?
소저: 황당과 *5학번이요.
포카: 무슨 과라구요? 
소저: 황당과요.
포카: 미팅하세요! 미팅미팅.
소저: 그럴까요.
포카: 네! 방바닥 긁고 있는 친구들한테 착한 일 하시면 일년 내내 복 받으실 거예요.
소저: 네. 그러면 제가 알아 보고 화요일 수업 시간에 말씀 드릴께요.
포카: 아무쪼록 좋은 방향으루 결정하세요. 안녕히 가세요!

내일 수업을 가 봐야 또 어떻게 될 지 알겠지만, 낯이 두껍지 않은 내게는 참 창피한 일이었다. 얘들아, 만약에 그 소저가 안 된다고 하면 또 몇 번 창피를 무릅쓰고 반드시 너희들에게 미팅을 시켜줄게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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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998.01.20. 오늘의 삽질.

난 오늘 A 대학교의 응응개론 수업을 들어갔다.

그런데 금요일에 내가 말을 걸었던 A 대학교의 황당과 여학생이 누구인지를 잘 모르겠다.
좀 비슷하게 생겼다 싶은 학생에게 말을 걸었다.

포카: 저, 혹시 황당과 다니시는 분이세요?
비슷: 네, 그런데요. (휴우 다행이다. 맞게 골랐군.)
포카: (그런데요는 뭐가 그런데요, 다 알면서) 저, 미팅...
비슷: 네???
포카: 저번 시간에 말씀드렸잖아요.
비슷: 무슨......?  아! 제 친구 오늘 안 왔어요.
포카: (긁적긁적) 네, 아, 네, 좋은 하루 되세요.

오늘 내게 삽질당한 그 여학생은 나를 대체 어떤 사람으로 볼 것인가, 아웅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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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998.01.26. 미팅에서 후배의 살신성인.

내가 갖은 창피함을 무릅쓰고 이루어 낸 미팅을 그저께 친구들에게 시켜주고 왔다.

3대3 미팅이었는데, 여자 쪽은 A 대학교 황당과 *5학번이었고,
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등장한 우리의 남자 출연자들은 내 동기인 H랑 O, 그리고 내 멋진 후배 T 였다.

그런데 여자 분 중에 한 분이 약간 우락부락한 모습을 지니셨다. 기골이 장대하며 어깨가 딱 벌어지고, 취미가 무엇이냐는 물음에 운동이라고 우렁차게 대답하시던, 모든 운동을 다 좋아하신다는 좀 무서운 인상을 하신 분이 계셨다.

그렇게 3대3 으로 커피숍에서 이야기를 하다가, 식사 시간이 되어서 일단 먼저 밥을 먹기로 했다.
머리를 빡빡 깎고는 모자를 푹 눌러쓰고 온 우리의 호프 T군, 그는 발군의 개그 실력으로 커피숍을 웃음바다로 만들었다.

드디어 밥 먹기 파트너를 사다리로 정하는 시간!
운명의 사다리에서 우리의 T 군은 그 기골녀의 파트너가 되었다.

각자 찢어져서 밥을 먹고는, 2차 장소에서 다시 모였다. 그리고 이제는 최종 파트너를 정하는 시간이다.

여자들은 가.나.다. 남자들은 H.O.T 로, 학력고사 팅을 하기로 했다.
<H> 1.나, 2.다, 3.가
<가> 1.O, 2.T, 3.H

다른 사람들은 다들 위와 같이 적었는데, 내가 T군의 쪽지를 펴 보는 순간, 나는 그의 선배사랑과 살신성인 정신에 저절로 고개가 숙여졌다.
<T> 1.형님들의 뜻대로 따르겠습니다. 2.주님의 뜻대로 따르겠습니다. 3.운명의 뜻대로 따르겠습니다.

결국 T는 그 무서운 여자분을 집까지 바래다 주었다.
@ T군, 다음에 보쌈과 기타 등등을 모두 사 줄 테니까 나를 꼭 찾아오게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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